시장, 그리스 2차 구제 합의에 싸늘
유로존이 6개월여의 밀고 당김 끝에 어렵사리 그리스 2차 구제에 합의했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이런 상황을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에 비유하면서 그리스 구제가 여전히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시장의 냉담함을 전하는 '이게 뭐야'란 제목의 분석에서 2차 구제안 합의에도 유럽 증시가 가라앉고 유로 가치도 반짝 상승했을 뿐임을 지적했다 .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소폭에 그친 점도 덧붙였다.
런던 소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채권-통화 수석 투자 분석가 케빈 앤더슨은 저널에 "어떤 것도 참신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세비옷 애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밀러도 "(합의 시계가) 밤 11시 59분"이라면서 "투자자들이 자정, 즉 내달 20일의 그리스 채권 만기 처리를 더욱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소 개입'한 상황에서 그리스 위기 해결을 위한 시간을 조금 더 번 것뿐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씨티뱅크의 금리 전략가들이 위험 감수 투자보다는 안전한 중기 독일 국채와 장기 영국 국채를 사도록 권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 통화정책위원을 지내고 자산관리회사를 운영하는 서실 워드와니는 FT 기명 칼럼에서 "투자자들이 그리스 3차 구제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프랑스가 내달 대선이고 그리스도 4월에 총선인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선거 후에 이들 국가가 '딴소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코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경고하면서 유럽 지도부가 역내 채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절실한 '재정 방화벽'을 보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FT는 이날 별도 분석에서 그리스 국채 교환이 당장 급한 불은 껐는지 모르지만, 채권시장에 장기적인 문제를 던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간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단독으로 구제 감시의 '보안관' 역할을 했으나 국채 교환에 등이 떼밀린 민간 채권단도 '보안관보(補)' 격으로 끼어들게 됐음을 강조했다.
또 400억 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ECB가 민간 채권단과 달리 손실 감수에서 예외를 적용받은 것도 앞으로 채권시장에 부정적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워드와니는 경고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가 채권 교환에도 정상적 차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요원한 점 역시 2차 구제의 실질적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칼럼은 덧붙였다.
FT는 또 다른 기사에서 영화 카사블랑카를 상기시키면서 그리스 2차 구제를 너무도 정확히 표현한 대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즉 어쩔 수 없이 독일에 아부하면서 고민하는 현지인 대위 페라리가 버그만의 남편인 라즐로에게 한 대사를 상기시켰다.
"선생,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 부부가 카사블랑카를 탈출하는 것은 기적이라오. 왜냐하면, 독일이 (그런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불법화했기 때문이요"라는 대목이다.
신문은 이 대사가 현재 그리스가 처한 상황을 너무도 실감이 나게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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