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포괄적' 해결책 의미와 전망
伊 등 전이 막는 '질서있는 디폴트' 전개 관건
유로존 정상들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가용 재원 대폭 확대 등에 합의함에 따라 유로존 재정 위기 극복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정상들은 27일(현지시간) 새벽 끝난 마라톤회의를 통해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 확대, 유럽 은행 자본확충 1천60억유로, EFSF 가용 재원 5배로 확대 등으로 이뤄진 유로존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포괄적' 해결책에 합의했다.
난항을 겪던 EFSF 레버리지 규모에 합의하고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 등 민간채권단의 손실률 50% 확대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
이에 따라 이제 관심의 초점은 '유로존 초유의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이번 포괄적 해결안에 의해 '질서있는 디폴트'로 전개되면서 유럽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치느냐 여부에 쏠려 있다.
◇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로 확대 =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심야에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통해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에 민간채권단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 정상들도 따로 발표한 성명에서 "손실률 확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리스 정부 부채 비율을 오는 2020년 120%로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실률 확대는 그리스 정부 부채(3천500억유로) 중 1천억유로를 줄임으로써 그리스의 채무감당 능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존은 민간채권단의 국채 교환 및 환매에 최고 3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교환될 새로운 국채의 만기상환을 보증하는 신용보강을 위한 용도다.
유로존 정상들은 민간채권단 참여(PSI)가 내년 초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로존 정상들과 민간채권단은 지난 7월 민간채권단이 오는 2020년까지 만기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교환·롤오버(차환), 환매(바이백) 등을 통해 2011~2014년 총 500억 유로를 기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그리스 국채 손실률은 21%였다.
유로존 정상들이 손실률 확대를 추진한 이유는 그리스가 스스로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 빚을 상당폭 탕감해줘야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고 위기가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외부의 지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가 재정 긴축으로 예상보다 침체 폭이 커지고 이는 다시 재정 적자 감축 목표 달성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출현한 현상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손실률을 21%로 한 이전 계획대로라면 이 비율은 올해 수준(160%.
추정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스 국채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프랑스 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손실률 확대에 반대했지만 결국 양보했다.
◇ 그리스 은행 국유화될 듯 = 손실률 확대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곳은 그리스 국채 440억유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리스 은행권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자금의 일부를 은행안정기금(HFSF) 확충에 사용하고 이를 통해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지원하토록 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런던의 나티식스 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손실률이 50%로 확대되면 그리스은행, 유로뱅크, 알파뱅크, 피레우스뱅크 등 현지 주요 4개 은행이 약 89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은행은 손실률 21% 확대 합의가 나오자 이미 32억유로를 상각했다.
이에 따라 스스로 자본확충에 실패하는 은행들은 HFSF의 공적자금을 받아 국유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채를 약 40억유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리스 연금들도 손실률 확대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이 손실은 정부의 부채 축소 효과로 상쇄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스 은행, 연금, 보험 등은 전체 그리스 국채의 약 3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리스 2차 구제금융 1천억유로 지원 =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은행구제금융 지원 자금을 포함해 그리스에 오는 2014년까지 2차로 1천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7월 합의한 구제금융 1천90억유로에 비해서는 90억유로 줄어들었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미 지난해 5월 1천100억유로 규모의 1차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하고 이날 현재 모두 730억유로(승인된 6회분 포함)을 지원했다.
이로써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 패키지는 지난 7월 '구제금융 1천90억유로 국채 손실률 21%'에서 '구제금융 1천억유로 국채 손실률 50%'로 수정됐다.
◇ 유럽은행 자본확충 = 유로존은 은행권 등 유럽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그리스 국채 손실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았다.
이는 손실률 확대가 미리 마련해놓은 통제 장치에 따라 `질서있는 디폴트'로 전개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그리스 은행들에 대해선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가 가능토록 HFSF에 구제금융 중 일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한 프랑스나 독일 은행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위험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들, 그리고 이들 은행에 위험노출이 많은 제3의 은행들도 `유로존 초유의 사실상 디폴트'에 견딜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유로존 정상들은 "유럽 대형은행들이 내년 6월까지 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Tier 1)을 9%로 높여야 한다"고 합의했다.
은행들이 스스로 자본확충을 하지 못하면 정부나 EFSF가 보증을 서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은행들이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는 1천60억유로로 평가됐다.
또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EFSF의 가용재원을 레버리지를 통해 "최고 5배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레버리지 확대는 각 회원국의 EFSF에 대한 보증 확대 없이 이뤄진다.
독일이 `채무 위기를 빚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처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프랑스 측의 EFSF의 레버리지 확대 주장에 동의해준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의회 내 포괄적 해결책에 대한 반대 기류가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의식한 듯 미리 의회에 표결을 요청해 동의를 받아냄으로써 이번 조치의 신뢰를 높이려 했다.
또 프랑스는 자국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한 가운데 그리스 국채의 손실률 확대에 양보함으로써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유로존 내 이견을 해소했다.
수개월 동안 난항을 겪어오던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포괄적' 방안이 합의됨에 따라 이제 남은 건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이어온 유로존의 위기 극복 방안 발표 - 금융시장 부정적 평가 - 유로존 추가 대책 발표 등의 악순환이 이번 `포괄적' 해결책으로 멈출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가 정상회의 합의에 급등해 이번 해결책이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에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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