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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설탕 관세인하?…'수박 겉핥기식' 정책 탄로나나

SBS Biz 김날해 기자
입력2011.09.19 11:09
수정2011.09.19 13:20

<앵커>

정부가 설탕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량 수입한다고 하는데, 소비가 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김날해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설탕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국내 소비자도 좋고 물가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에서 설탕만 잡겠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석유류, 커피, 타이어 밀가루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40개 품목에서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석유류를 보면 4대 정유사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스오일이 독과점적인 위치에 있고, 커피에서는 동서식품이 72%, 한국네슬레가 15%, 남양이 10% 점유하고 있습니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설탕은 제일제당이 50%, 삼양사가 30%, 대한제당이 2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오랜동안 온실속 화초처럼 안정적 수익을 유지해왔던 업체들이고 이러한 이유로 몇 개 업체가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일거에 올리거나 국제시세를 이유로 가격을 올려놓고 다시 시세가 떨어져도 배짱으로 제품값에 반영하지 않는 관행 이어져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과점 품목 중, 유독 설탕에 관해서는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조치다" 라는 비난이 큰데, 실제로 설탕업계에 특별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건가요, 엄살을 피우는 건가요?
 
<기자>
대기업이기 때문에 '앓는 소리를 심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시각으로 접근 했었는데, 마냥 앓는 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세계 설탕시장은 정상가격으로 유통되는 자국내 시장 가격과 원가이하 가격으로 유통되는 수출시장으로 이분화 되어 있습니다.
 
설탕산업이라는 게 대량으로 원료를 구매해 가동률을 높이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일단 많이 만들고 남는건 버릴 수 없으니 싼값에 수출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우리업체들 또한 남는 것이 있으면 수출용으로 덤핑처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업계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이번 정부의 관세인하 조치가 설탕산업이라는 개별 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법대 한만수 교수의 인터뷰 들어보시죠.
 
[ 한만수 / 이화여대 법대 교수 : "덤핑이 만연해 있는 산업분야다 이렇게 보면 되고, 전세계가 장치산업이라는 특성때문에 그걸 용인하고 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전세계가 아주 고율의 관세장벽을 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110%, 일본도 70%, 미국도 50%로 고관세 장벽을 치고 있어요. 미국에서 한 때 폐지하자는 논의가 2002년에 있었는데, 결국은 불공정 덤핑 무역관행이 만연한 상태에서 미국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해서 없던일로 하고 지금까지 50%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자>
설탕은 전통적으로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높인 대표적인 품목입니다.
 
세계 각국의 설탕관세율을 보면 이해가 쉬울 텐데 미국 51%, EU 85%, 일본 70%, 캐나다 35%인데 캐나다는 반덤핑 상계관세때문에 실질관세는 113%에 달합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만 5%의 관세를 유지할 경우 결국 지는 싸움이란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앵커>
관세를 낮추게 되면 전세계 설탕들이 우리나라로 밀려들어 오게 되겠죠.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설탕에 싼 값에 구입을 할 수가 있는데, 이런 혜택은 긍정적인 것이 아닌가요?
 
<기자>
당장은 설탕을 싸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업체들과의 이해관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번에 설탕관세 인하를 강하고 주장했다고 알려진 업체들은 과자나 빵 등의 가공업체들입니다.
 
설탕이 관세인하로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원가가 떨어지니 마진이 높아지고, 과자나 빵가격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정부쪽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비춰집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값싼 수입설탕이 들어오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사실상 크지 않을거라고 장기적으로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설탕이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가격을 누르고 있거든요.
 
올해 상반기와 작년에는 적자였습니다.
 
그러나 더 누르게 될 경우 설탕산업을 계속하게 될 보장은 없고, 문을 닫거나 사업을 다른쪽으로 전환할 경우 수요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제는 설탕을 단순식품이 아니라 자원개념으로 봐야하는데, 최근 이상기후와 국제 투기자본 유입으로 가격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물가잡겠다고 관세내렸다가 자칫 가격역풍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만약 업계와 학계에서 우려하는 어려움이나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적절한 조치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기존의 정책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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