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이후 한국 선물ㆍ옵션시장 급팽창
10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9ㆍ11테러 직후의 전세계 주식시장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사건 다음날 코스피 지수는 12.02%나 대폭락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다.
이런 재앙을 겪고도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욕망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와 기회를 선택해 베팅하는 옵션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9ㆍ11테러는 한국 선물ㆍ옵션시장을 투기장으로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9ㆍ11테러가 남긴 순기능도 있다.
돌발 악재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매수하면 이익을 본다는 학습효과가 퍼져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했다.
◇증시 공포는 한국 옵션시장 급팽창 계기
9·11 테러 이후 선물ㆍ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부 운이 좋은 투자자가 폭락장에서 옵션상품 거래로 고수익을 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파생상품 매매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당시에 풋옵션을 거래했다가 주가 대폭락 덕에 최고 504배의 이익을 낸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9.11테러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 행사가격이 62.5인 9월물 풋옵션이 장중 한때 5.45(54만5천원)포인트까지 올랐다가 5.05포인트(50만5천원)로 마감했다.
이 옵션의 전일 종가는 0.01포인트(1천원)였다.
한 투자자가 테러 하루 전에 사놨다가 장 마감 때 팔아 504배의 수익률을 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모 증권사 지점에서는 개인 투자자 4~5명이 모두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기회는 오래가지 않았다.
옵션만기일에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풋옵션 거품이 터졌기 때문이다.
전일 5.05포인트(50만5천원)로 마감했던 62.5풋옵션은 81.8% 하락한 0.92(9만2천원)에 청산됐다.
이날 풋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전날 번 돈의 80%를 하루 만에 날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해 11월과 12월 옵션만기일을 전후해서도 옵션투자자들은 쪽박과 대박으로 갈렸다.
하루 만에 수백 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기도 했지만, 투자한 풋옵션이 순식간에 휴짓조각이 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옵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1천만 계약을 넘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 옵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전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9·11테러 이후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이 폭증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이후 10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9ㆍ11테러 다음날 하루 거래대금이 각각 11조원, 4천792억원이었던 선물과 옵션시장이 지난 5일 기준으로 66조원, 2조원으로 급팽창한 것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6일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이 9·11 테러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테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전후해 파생상품 투자로 큰 수익을 챙겼다는 소문이 나돌아 파생거래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위기는 곧 기회` 학습효과 확산
돌발 악재에 따른 주가 충격은 적어도 2000년대 이후로는 항상 좋은 매수 기회였다.
공포가 만연한 폭락장에서 과감하게 매수하면 큰돈을 번다는 매매공식이 9ㆍ11테러를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2일 코스피 지수는 12.02% 폭락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주가 폭락 다음날 코스피는 5%가량 반등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급등락을 거듭했고 테러 다음날 무너졌던 500선을 만회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코스피 500은 일종의 임계점이었다.
이 선을 돌파한 이후로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이듬해 3월까지 내리 급등해 910선까지 치솟았다.
테러 직후에 제대로 투자했더라면 6개월여 만에 배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이때부터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학습효과는 2003년 3월19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발휘됐다.
전쟁 다음날 주가지수가 무려 4.92% 급등한 것이다.
개미들이 이라크 침공 다음날 1천37억원을 순매수한 결과다.
2004년 4월에는 이른바 '차이나 쇼크'가 출현했다.
코스피는 이후 3개월간 불안하게 움직이다 같은 해 8월부터 오름세를 탔다.
다음해 2월에는 전고점을 넘어 900선을 돌파했다.
이때도 개인들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도 주식을 살 좋은 기회였다.
2007년 하반기 이후 불거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이미 주가는 큰 폭으로 내려간 상태였지만, 같은 해 10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선고는 추가 쇼크를 불러왔다.
다음날 코스피는 9.4% 폭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던 코스피 1,000선도 무너졌다.
이후 4개월간 바닥을 다진 코스피는 2009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해 작년 연말에는 2,000선을 재차 회복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9ㆍ11테러 이후의 증시 급반등은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과감한 부양책이 나왔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미국 정부와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예상되는 만큼 기간을 두고 비슷한 부양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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