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와 친했던 한국, 리비아 재건 수혜 받으려면
SBS Biz
입력2011.08.25 10:40
수정2011.08.25 14:46
■ 배선영 수출입은행 감사
이번 주 국제면의 화제는 단연 리비아 사태가 아니었나 싶다. 리비아의 경우 대세는 이미 시민군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 같다. 카다피 독재정권은 거의 끝난 것 같다. 중심종교가 이슬람교고 아랍어를 공용어로 쓰는 북아프리카 5개국 중 얼마 전까지 장기독재정권이 유지되었던 나라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였는데 이제 그 세 나라에서 모두 1인 정권이 몰락한 셈이다.
리비아 내전 종료, 카다피 독재정권 종료 사실화
이번 카다피 실각의 파장은 당연히 아라비아 반도에도 미칠 것인데, 일반적인 예상대로 가장 먼저 시리아와 예멘으로 미칠 것 같다.
일각에선 조만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데, 사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자주 "이란 핵시설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겠다." 하고 공언을 해 왔다. 이에 맞서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지도 상에서 없어져야 한다." 하는 식의 발언을 자주 해 왔다.
그렇지만, 두 나라가 실제로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는 일은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수니파에다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과 반목하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이슬람 국가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래서 유태교국가인 이스라엘이 이란을 먼저 공격하게 되면 이슬람 국가들인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더구나, 지금 미국과 유럽은 경기침체나 재정위기 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 이스라엘을 편들어 줄 여력이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전쟁은 국제유가를 급등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자국의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말려야 할 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네타냐후의 "선제공격" 발언은 국내정치용일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명저 <전쟁론>의 1편 1장 24절에서 "전쟁이란 수단을 달리해서 정치를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하고 말했는데, "전쟁을 불사하겠다." 하는 발언 같은 것도 역시 정치적 시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전쟁이 경제 불황·침체, 해결한다?
만약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현재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양면성이 있다. 생산시설과 유통시스템이 파괴돼 물자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그런 상태에서 어렵게 생산된 것 중에서도 많은 부분이 군수물자로 전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소득감소, 물자부족,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등의 문제가 야기된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 이전에 유휴설비가 많고 경기가 침체하어 있던 경우에는 군수산업이 특수를 누리고 그것이 후방연관 효과가 작동해 경제를 활황세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또한, 전쟁이 끝난 후의 복구수요에 의해서도 경기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만일 현재이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전쟁이 난다면, 중동지역 석유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게 될 것이다. 반면 두 나라 간의 전쟁이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계의 군수산업에 특수가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신용등급 강등과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뜻, 미국의 경제 대공항 이후 일어난 2차 세계대전이 떠오르는데 물론, 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전쟁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로 그 이후 전쟁이 발생했다.
경제 대공황, 2차대전이 한 원인 제공
2차대전이 경제 대공황 때문에 발생한 면도 분명히 있다. 2차대전의 근본원인은 1차대전의 끝 부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제대로 찾을 수 있다. 1918년 1차대전이 독일 측의 패배로 막을 내렸을 때,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는 독일을 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19년 베르사이유조약에 의해 독일에 군비를 엄격히 제한하고 과중한 전쟁배상책임을 지웠다. 과도한 배상책임부과에 반대했던 사람이 바로 경제학자 케인스였다. 케인스는 1919년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라는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 했었다.
"독일은 유럽경제의 기관차다. 그런 독일을 늪에 빠뜨리면 유럽경제는 침체할 것이다. 그 침체는 결국 반동세력을 탄생시켜 전쟁이 일어나게 할 것이다. 그 전쟁은 1차대전의 공포를 무색하게 할 것이다. 누가 승리하든 문명과 우리 세대의 진보를 파괴하고 말 것이다."
케인스가 1919년 당시에 이미 대공황의 발생과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예언한 것이다. 저도 학창시절에 이 글을 읽고 전율을 느꼈다. 경제만 알아서는 위대한 경제학자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게르만민족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이들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다. 그런 상태에서 대공황이 일어나자 독일은 더욱 피폐해졌다. 이럴 때에 아돌프 히틀러가 게르만민족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독일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1932년 선거에서 자신의 나치당을 제1당으로 부상시키고, 1933년에는 집권까지 하게 되었다.
이후에 히틀러는 군수산업을 일으켜 경기를 회복시키고 군비까지 확충한 후, 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영토와 세력을 확장하다가 결국 2차대전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점에서 대공황은 2차대전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시민권 적극지원 유럽, 리비아 재건 특혜 전망…우리기업, 조치대안 없나
리비아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이후 세계 주요국들의 관심이 리비아 재건에 집중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리비아 수출과 재건 사업 참여가 생각만큼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반카다피 시민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프랑스와 영국 등이 일종의 전리품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전란 중에도 현장을 지킨 한국기업에 대해 리비아인들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점은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이 그동안 카다피 정권과 친하게 지내고 시민군에 대한 지원도 거의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민군이 어느 정도 세력을 얻었을 때, 과감하게 시민군을 리비아의 정통성 있는 정부로 인정하는, 국제법상의 정부승인 같은 조치를 하고 재정적 지원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그런 조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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