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아이들 도우며 나도 배워요"
"선생님, 이게 뭐예요?"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 30여 명이 24일 대학생 선생님의 손을 하나씩 꼭 쥐고 숙명여대 박물관을 찾았다.
전시품을 가리키는 아이들은 저마다 피부색이 달랐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만은 똑같았다.
아이들 옆에 붙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대답하는 선생님들은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에서 용산구 여성발전기금을 지원받아 마련한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 지원을 위한 대학생 튜터링' 프로그램의 튜터(Tutor)와 튜티(Tutee)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숙명여대 학생 40여 명이 튜터가 돼 용산구 내 초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 50여 명과 일대일로 결연, 한 주에 두 시간씩 가정방문을 하거나 초등학교 한국어교육반에서 보조교사로 활동하며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운영되는 올해 프로그램에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40여 명의 튜터를 선발하는 데 14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다문화 관련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관심이 생겨 튜터로 지원했다는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김가현(20)씨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편견 없이 행복하게 자라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결연을 한 나이지리아 출신 어린이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해 영어로 대화해야 한다.
외양과 언어 문제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아직 나 자신의 정체성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에게 사람들의 시선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게 어려울 때도 있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 만나려고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홍보광고학과 김미성(23)씨는 "다문화 가정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는 등 나도 배우는 게 많다"며 "조금 지내보니 외양은 다르지만 한국에서 자라 우리 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여성연구소의 고선 연구원은 "많은 다문화 가정이 아이 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튜터링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특히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한국어 문장과 문법 가르치는 걸 힘들어 해 튜터들이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데 튜터 대학생들이 이를 도우면서 자신도 많은 걸 느낀다"며 "서로 이해하고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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