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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이여, 스스로 미국채 소각해 정부 빚 탕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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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1.08.11 12:21
수정2011.08.11 12:27

천재 경제학자의 시장의 비밀 - 배선영 수출입은행 감사

   
 
유로화 양적완화가 필요하다
 
남유럽 재정위기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유로화체제가 개편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유로화체제 최대수혜국인 독일과 유럽중앙은행 등이 해당 채무국들의 재정긴축을 전제로 구제금융을 제공해 미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의 규모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구제금융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유럽중앙은행이 유로화를 추가로 찍어 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미봉이 가능한다. 아마도 자국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유로존 수뇌부들이 막판에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는 모양새로 미봉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설사 미봉이 잘 안 돼 채무재조정 절차 같은 것이 진행되어야 하더라도, 세계경제에 금융시스템 붕괴와 같은 심각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격부터 다른 리먼사태-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 
 
미국발 경제 위기, 이것이 2008년도 ‘리먼’ 과 같은 사태와 많이 비교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위기는 성격부터가 다르다. 
 
2008년 9월의 리먼사태는, 세계적으로 유동자산 총액이 이미 과도하게 팽창해 그 버블이 어차피 터질 단계에서 일종의 신호탄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일단 대형위기로 진행되는 수순을 밟았었다. 
 
반면,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종전의 위기 당시 수축했던 유동자산총액이 스스로 다시 확대되려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계경제가 어지간한 충격은 흡수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기복까지 피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차분하게 살펴보면 리먼사태 때에는 무더기 예금인출사태가 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최근 며칠 간 글로벌 주가는 폭락했지만, 정작 강등을 당한 미국의 국채는 가격이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이것이 힌트이다.
 
빠져야 할 거품이 빠진 것, 시장은 S&P보다 강하다 
 
이번 주가 폭락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에 있다고 보는데 얼마 전까지의 주가는 유동자산총액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거품을 많이 머금은 주가였다. 그 거품이 이번 강등사태를 계기로 급속히 제거되는 과정에서 최근의 주가 폭락이 진행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속도 면에서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조정이 진행된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채나 달러화의 가치가 별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S&P가 행한 강등조치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 강등을 당했다고 해도, 세계의 경제주체들이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 보면, 국제결제통화로 쓰기에 가장 적합한 통화는 결국 달러화고, 세계적으로 물량이 풍부하면서 안전한 자산은 역시 결국 미국국채일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S&P의 평가와는 달리 여전히 달러화와 미국채를 우대해 줄 것이다. 이런 것이 시장의 힘이다. 시장은 미국을 강등시킨 S&P보다 강하다.  이번 사태에서 주식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실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의 경제주체들은 냉정을 되찾게 될 것이다.
 
때문에 향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의 핵심국가들이 재정 통화 양면에서 일제히 수축적인 정책을 펴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적어도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만큼은 주저하지 않고 쓸 것이다. 그래서 위기 수준의 글로벌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한 출구는 재정정책이 아닌 통화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유동성함정에 빠져 있다. 그래서, 미국중앙은행인 FRB가 그동안 두 차례의 양적 완화 조치로 무려 2조3천억 달러를 풀었어도, 본원화폐계수가 높아지면서 그 효과를 많이 상쇄해 유동자산총액 증가 규모가 기대에 못 미쳤고, 기업투자도 현저히 증가하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3차 양적 완화 조치도 미국의 경기회복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또 경제주체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3차 양적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 연준(FRB) 스스로 미국채 소각해 미국 정부 빚 탕감해야 
 
세계경제의 기관차 격인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되려면, 달러화가 약세통화로 바뀌고 정부지출도 증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위기 조짐이 있을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선호되고, 정부지출은 재정지출 삭감 계획 때문에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묘책을 제시할 수는 있다.  하나는, FRB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 중 일부를 스스로 폐기처분해 100년 최우수고객인 미정부를 상대로 ‘부채탕감 서비스’를 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정부는 그만큼 국가부채한도에 여유가 생겨 더 많은 국채를 신규로 발행해 더 많은 재정지출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증시에 비유해 얘기하자면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함으로 주당 내재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연준이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국채를 소각해서 미국 정부의 국채를 탕감해 주면 부담을 줄이고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고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3차 양적 완화 자금으로 남유럽국가들의 국채를 대거 매입해 주는 방안이다. 국제금융시장이 당장 안정되고, 달러화는 약세를 시현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수뇌부가 결단을 내린다면 꼭 못 할 것도 없는 방책들이다. 남용해서는 안 되는 기책이지만, 어쨌든 미국과 세계경제를 중단기적으로 안정시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번에는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예전 같으면 100원 정도 올랐을 환율이 삼사십 원 오르는 정도로 작은 폭으로만 올랐다. 이것은 와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예전보다 덜 위험하게 보아 원화현금 중 상당부분을 한국의 채권 같은 데에 다시 투자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외환보유고를 3천억 달러 이상으로 충분히 쌓아 놓고 단기외채 비중도 낮춰 놓는 등 예전보다 대외건전성을 높여 놓았다. 이 같은 사전대비조치가 어느 정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고환율은 우리나라에 축복, 수출 전선 이상은?
 
더블딥은 오지 않더라도 세계의 실물경제가 잠시 위축될 수는 있기 때문에 수출이 주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환율이 높아지는 것을 용인하거나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위기 조짐이 있을 때마다 고환율을 용인하거나 유도하면 웬만한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IMF사태 때에도 그랬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그랬다. 소비자 입장의 일반 국민들은 ‘고환율’ 하면 고물가로 연결된다고 생각해 거부감을 가지지만, 고환율은 수출을 촉진하고 국민소득을 증대시켜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많은 소득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나라에게 고환율은 축복이다. 
 
○배선영 수출입은행 감사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상대동창회 최우수 졸업논문상 수상
 
(www.SBSCN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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