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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예능 프로그램 편성 싸움 '치열'

SBS Biz
입력2011.07.12 09:09
수정2011.07.12 09:12

주말 저녁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 경쟁이 뜨겁다.

지난 6월 이후 코너의 방송시간을 뒤바꾼 프로그램만 3개.

지상파 방송 3사 예능국이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는 시간대인 만큼 방송사들은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최적의 편성 답안을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나가수', 고정층 확보 후 '1박2일'에 도전장 = 편성에는 타깃 시청층과 콘텐츠의 특징 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신설 프로의 경우 타 방송사의 동시간대 프로그램이 핵심 고려 대상이다.

신설 프로에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나 MBC '무한도전'처럼 장수 인기 프로그램은 껄끄러운 상대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맞대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MBC '우리들의 일밤'은 지난 10일 새 코너 '내집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을 선보이면서 '나는 가수다'의 시간대를 뒤로 옮겨 '1박2일'과 맞붙게 했다.

고정 시청층이 형성되지 않은 새 코너 '집드림'이 '1박2일'과 붙을 경우 참패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

그러나 '1박2일'의 기세에 '나는 가수다'의 상승세가 꺾일 위험도 있었다.

방송 이틀 전까지 시간대를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제작진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시청률이 꾸준하고 전주 155분간 단독 편성한 결과 '해피선데이'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 시간대 변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방송 결과 '집드림'은 전국 기준 6.5%를 기록했고 '나는 가수다'는 15.8%로 나타났다.

'집드림'은 '신입사원'보다 선전했으나 '나는 가수다'는 전주보다 시청률이 1.1%포인트 하락했다.

원만식 CP는 12일 "새 코너가 '1박2일'과 붙으면 아무래도 힘들고, 시간으로 봐도 방송시간이 짧은 코너가 앞에 나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2주 정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집드림'이 자리를 잡으면 좋아질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앤크' '불명2', 인지도 쌓기 고전 = SBS '일요일이 좋다-키스 앤 크라이'는 당초 2부 코너 '영웅호걸' 후속으로 오후 6시30분에 예정됐다 지난 5월 22일 첫 회를 앞두고 시간대를 1부로 앞당겼다.

방송 시간대를 고민하던 제작진이 방송 초반 '1박2일'과 맞대결을 피하는 것으로 결론지은 것.

'키스 앤 크라이'는 2회까지 전반부에 방송됐고 3회부터 시간대를 다시 오후 6시30분으로 옮겼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신설 프로인데 초반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1박2일'과 맞대결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경쟁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쟁쟁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는 지난달 4일 첫 방송에서 형제 코너 '시크릿'에 앞서 오후 5시20분부터 2시간 넘게 방송하며 화제몰이에 성공했으나 이후 '시크릿'과 시간대를 맞바꾸면서 시청률이 하락했다.

시간대를 바꾸면서 고정층이 탄탄한 MBC '무한도전' 및 SBS '스타킹'과 맞붙은 점이 악재가 됐다.

'불후의 명곡2' 첫 회 시청률은 7.9%로 전작 '백점만점'의 마지막회 시청률 3.7%의 두 배를 넘었으나 2회부터 5%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지난 10일 시간대를 다시 앞당긴 결과 시청률은 6.4%로 전주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김충 CP는 "못 보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시간대를 바꿨다"며 "아무래도 시간대를 바꾸기 전 관심을 모으는 단계에서 시청층이 (경쟁 프로그램과) 포개지는 부분이 있어서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코너 중심 구성으로 편성 변경 쉬워 =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성 변경이 유독 잦은 이유는 프로그램이 대형 코너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 주말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은 광고 없이 코너 2개를 묶어서 방송한다.

프로그램 내 코너 시간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절차적으로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방송사의 입장이다.

전수진 SBS 편성팀장은 "독립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코너 편성에 관한 권한은 제작진에 있다"며 "코너 편집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변경이 쉽고 광고주들도 선호하는 코너가 있지만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 자체가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은 보통 오후 5시15~20분께 시작하지만 지난 10일에는 오후 5시께 전파를 탔다.

'일밤'이 '집드림'을 선보이면서 방송 시간을 20분 앞당겼고 '해피선데이'와 '일요일이 좋다'도 여기에 보조를 맞췄다.

경쟁 프로그램을 이기기 위해 '선점 효과'를 노린 까닭이다.

원만식 CP는 "아무래도 예민한 시간대다 보니 시간을 바꾸면 같이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일찍 방송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충분한 예고 없이 코너나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를 변경하는 것은 시청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일밤' 홈페이지에는 지난 10일 방송 후 '나만 방송시간 바뀌는 것을 몰랐나?' '아무리 방송사 마음이라고 하지만 예고 없이 시간을 바꾸는 건 심하다'는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시청자들의 불만이나 프로그램 홍보를 생각하면 방송시간을 빨리 확정하는 게 좋지만 전쟁터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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