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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문제있는 제품'→제조사 '결함없다'…입증책임 바뀔까

SBS Biz 손석우 기자
입력2011.06.14 11:08
수정2011.06.14 12:02

<앵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자제품 폭발사고처럼 제품의 결함이 의심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면 현행법상엔 소비자가 결함 여부를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제품 기술이 워낙 고도화돼 있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이 결함을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는 제조물 결함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에서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상임위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취재한 손석우 기자와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과 의미, 또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각 업계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손석우 기자,  제조물 책임법이라는 게 다소 생소한데요. 개정안의 내용이 뭐길래 이처럼 의견대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겁니까?

 

<기자>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제조물책임법이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설명해드려야겠는데요. 제조물책임법은 자동차, 전자제품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쉽게 말해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제조한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법률입니다.




때때로 뉴스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나 전자제품이 폭발하는 사고 소식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또 제품의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제조회사와 소송을 벌이는 소비자들도 접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상엔 피해를 입어서 보상을 받기 원하는 소비자는 제조물의 결함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 일부 개정안은 결함 입증을 제조사가 해야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회사가 만든 제품의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된다는 겁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선숙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 박선숙 민주당 의원 :  "자동차나 전자제품이 고장났을 때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지금의 법으로는 소비자가 그 원인을 입증하도록 돼 있습니다. 알수가 없죠. 소비자 입장에서는...제 개정안은 제조사가 과실의 원인을 밝히도록 책임을 돌리는 것입니다.] 

<앵커>

네. 제조사가 자사 제품의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인데, 소비자가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까?

 

<기자>

네. 자동차가 고장나면  간단한 고장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보통은 서비스센터 직원에게 뭐가 고장났는지 설명을 듣고 수리를 받으실 겁니다.




만약 자동차 급발진과 같은 사고를 겪게 되면 어떨까요?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직접 만나봤는데요.  소비자 입장에선 결함 입증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먼저 피해자가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들어보시죠.


[임성훈(56세)/서울 양천구 :  "세차를 하고 나와 가지고 세차 부스에 가서 물기를 닦아야 되니까 세차부스에 가는데...S자 이렇게 돼 있어요. 앞에 한 5미터 정도 거리 앞에다가 갑자기 RPM이 쾅...브레이크도 안잡히면서 브레이크도 용접한 것처럼 안들어가는거에요. 그래서 저도 어어.. 하다가 동승객도 앞을 보고 있으니까 같이 비명을 지르고 그 사이가 한 2초...그 사이에 굉응을 내다 부딪히고 나서 멈춘거죠." ]

 

피해자는 차를 처음 샀을 때부터 계기판에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는 RPM이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감지해서 여러차례 수리센터에서 점검을 받았고 부품을 두 차례 교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리를 받아도 같은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나서 결함이라고 판단하고 새차로 교환을 요구했는데요, 제조사인 현대차 측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이 사고에 대해 피해자가 교체한 부품은 급발진 사고와는 기술적으로 관계가 없고 사고 후에도 차량을 점검했지만 급발진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는 현재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임성훈/서울 거주 :  "그런 현상을 개인들이 입증한다는 것은 불합리해요..전문가도 아니고 급발진이라는 게 제가 겪고 나니깐 그것은 분명히 자동차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자동차 회사에서 입증을 해야지 개인에게 그걸 입증하라 그러면 당칠 않지."]

 

<앵커>

그래도 제조회사 입장에서도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일단 개정안에 대해선 확고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업계마다 조금씩 입장차이는 있지만 산업계의 입장은 대체로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결함 소송이 많아져서 기업들에겐 큰 경영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그나마 대비할 수 있지만 소송 관련 조직과 인력이 부실한 중소중견 기업들의 타격은 크다는 설명입니다. 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결함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 돌리는 입법 사례가 없다는 점도 들고 있는데요.
 

만약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입법에 성공해서 외국도 비슷한 입법을 한다면 세계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기업들도 이 개정안을 적용받게 되면 이는 정부 대 정부간 통상마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논란이 됐던 블랙컨슈머 문제도 산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정진우 이사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정진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이사:  "최근 들어서는 휴대폰을 전자렌지에 넣어서 폭발시키거나 고가의 중고 IT 제품을 사서 고의로 고장을 내고 환불을 요구하는 이러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블랙컨슈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법 제도가 이런 식의 입증책임을 제조업체 쪽으로 전환했을 때는 이러한 블랙컨슈머는 날로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앵커>

찬성과 반대 양쪽 입장이 워낙 팽팽해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렸듯이 입증책임을 제조사에게 전환한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징벌적 배상금제를 도입하고 있고 유럽 등에서는 소송비용을 지원해주는 보완책을 마련한 상탭니다.


결함 입증책임의 전환을 골자로 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중인데요. 정무위를 통과하면 법사위로 넘어가서 심사를 받게됩니다. 법무부에서는 개정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업경영부담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요. 개정안이 통과되던지 무산되던지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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