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중고 유모차가 필수품?…그 사정은
<8뉴스>
<앵커>
요즘 빈 유모차를 밀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손주 데리러 가시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김아영 기자가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20년째 척추 질환을 앓아 온 74살의 김춘덕 할머니.
혼자 걷기 힘든 할머니에겐 지난달 주민센터를 통해 기증받은 중고 유모차가 보물 1호입니다.
동네 잔치에서도, 친구들과 모여 앉아도, 유모차 관리법이 관심사입니다.
[김춘덕(74)/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 (유모차를) 집 바깥에 둬야 하니까 안 잠갔다가 누가 집어가 버리면 어떻게 해. 그러니까 (자물쇠로) 잠가 놓아야지.]
85살의 한순교 할머니도 유모차 없는 외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 장을 보고 폐지 수거라도 할 수 있는 건 유모차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순교(85)/서울 신길동 : 못 다니지. 이것(유모차) 없으면 자꾸 고꾸라지고…지팡이라도 짚고 다니지, (유모차) 없을 때는. 그래도 이것만 못해.]
'실버카'라고 불리는 보행보조기가 판매되고 있지만 대부분 10만 원 이상.
[노인용품 매장 점원 : 이 제품은 25만 원이고요. (이것은요?) 18만 원이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보행 보조기 대신 유모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네 고물상엔 유모차를 찾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 품귀현상까지 일어날 정도입니다.
[권오중/고물상 직원 :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주위사람들이 와서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유모차는 노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어서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많습니다.
[김창오/연세대학교 노년내과 교수 : 애들을 끌기 위한 그런 기구이기 때문에, 제대로 제동기가 달려있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어할 수 있는 장치만 달려 있다고 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노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을 통해 보조기 구입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고 주민센터를 통해 기증되는 유모차엔 제동장치를 붙여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주범, 임우식, 영상편집 : 오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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