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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스페셜]하바나를 떠난 아이들-②하루만에 어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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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1.03.18 14:08
수정2011.03.21 12:06

[CNBC스페셜]하바나를 떠난 아이들

 

하루만에 어린시절이 사라지면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할거다. 1960년에서 1962년까지 미국은 비밀리에 1만4천명이 넘는 쿠바아동을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서 구출해 미국으로 공수했다.

 

부모님들은 "걱정하지 마. 몇 주 후면 돌아오게 될 거야"라며 아이들을 위로했다. 그렇게 부모들과 아이들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 채 헤어졌다.

 

떠나는 아이들에겐 갈아입을 옷 두벌, 신고 있던 신발, 책 한권이 전부였다.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는 이 공수작전명은 ‘피터팬’ 스페인어로 ‘오페라시온 페드로팬’이다. 피터팬 속 ‘네버랜드’와는 정반대인 ‘反네버랜드’에 도착한거다. ‘네버랜드’에서는 영원히 아이로 남지만 ‘反네버랜드’에서는 발을 딛는 순간, 어린 시절이 끝이 난다.

 

이번 CNBC 스페셜 '하바나를 떠난 아이들'은 시장, 작가, 가수와 시민운동가, 교수 사업가, 이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페드로팬’ 이야기다.
 

②잃어버린 사과…하루만에 어른이 되어 버린 페드로팬

 

항공기 편당 한두 명으로 시작된 공수작전은 규모가 커진다. 1960년부터 1962년까지 2년 동안 1만 4천여 명의 아이들이 하바나를 탈출했고, 그 가운데는 5살짜리도 있었다.

 

프로그램의 책임자였던 서른 살의 브라이언 월쉬 신부는 아이들 대부분을 마이애미 외곽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 보냈다. 그는 카스트로 정권이 무너지면 그곳에서 다시 쿠바로 돌려보낼 계획이었다.

 

어린 망명자들에게 수용소 생활은 친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집 생각을 못하도록 아이들은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공부와 운동, 그리고 스포츠. 함께 밥을 먹었으며 사회복지사와 의사들이 수시로 이들을 만났다. 모든 비용은 미국 정부가 부담했고 쿠바 난민 출신인 수용소 엄마가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군에게 훈련을 받은 망명자들이 카스트로 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반 카스트로군은 대패했다. 지하조직은 학살당하는, 한 마디로 낭패였다.

 

승리를 거두자 대담해진 피델 카스트로는 구 소련의 품으로 들어간다. 한편, 미국 내 공산주의 확산을 경계한 미국의 새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법무장관이자 형인 로버트 케네디에게 공산주의 확산 방지 기밀조직을 맡긴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는 나쁘다’는 것을 심어주려고 한 의도에서다.

 

그들이 생각해 낸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이들 영화 제작'이었다. 제목은 ‘잃어버린 사과’. 어른들 보다 더 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 플로리다 시티 페드로팬의 생활기록이다. 쿠바 부모들이 공산주의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고 미국이 이들을 돕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아이들 자체가 치열한 전쟁터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혹은 기독교와공산주의가 맞선 전쟁터말이다. 아이들을 정치적 게임에 이용한거다.

 

일부 부모들은  카스트로 정권의 종말도 보이지 않고 자녀와의 이별도 견딜 수 없게 되자 모든 걸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 올 방법을 찾아내서 자녀들과 재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쿠바에 남아 카스트로의 실각만을 기다렸고 캠프에 들어오는 아이들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피그스만 침공 이전에 도착한 7백 명의 아이들 외에 1만 3천 명이 모두 단기간인  18개월 안에 도착했다. 페드로팬 공수작전은 계속됐고 카스트로 정권이 안다고 해도 미국으로의 집단탈출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많은 아이들을 수용하고 돌볼만한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브라이언 웰쉬 신부는 미국 전역의 가정에 도움을 호소한다

 

“입양아가 아닙니다. 가족과 재회할 때까지 임시부모가 되어주세요”

 

절반의 아이들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와 형제들을 만났고 나머지는 아이다호, 뉴멕시코, 아이오와, 뉴저지 등 40개 주로 흩어졌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 쿠바가 소련제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미국과 소련의 충돌 가능성을 시사하는 일들이 계속 터지고 있었다.

 

쿠바와 미국 간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자 쿠바의 있는 부모들을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된다. 이에 임시부모들은 더이상 아이들을 맡을 수 없다며 아이들을 문제 청소년 시설로 보낸다.

 

그렇게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1만 4천 명의 페드로팬 아이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SBS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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