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은행 맞아?'…고객 유혹하는 상업공간의 '무한진화'
SBS Biz
입력2011.03.02 14:40
수정2011.03.03 15:36
■ 인테리어&데코 : 장순각 한양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 출연
<앵커>
최근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만큼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나 상품과의 조화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인테리어&데코> 오늘은 한양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이자 건축 디자이너, 장순각 교수와 함께 기존 이미지를 벗고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상업 공간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교수님, 안녕하세요.
<앵커>
교수님, 이제 멋진 인테리어도 고객에 대한 하나의 서비스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기능에 충실하면서 하나의 스타일, 눈에 보이는 따뜻하다던지, 도시적인 세련됨을 가지고 있다든지, 아니면 동양적인 스타일이라든지, 스타일 별로 규정지울 수 있는 공간이 상업공간의 주류를 이뤘는데요. 요즘에는 어떻게 보면 다른 공간을 가지고 있고 각 브랜드나 추구하는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또다른 공간이죠. 다르다라는 공간이 생겨 나면서 그 공간을 갔다오게 되면 기억을 하게 되고, 또 그 기억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그런 공간 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께서 작업한 공간들은 독특한 '패턴이나 매스'로 유명한데요. 특히 상업 공간들은 더욱 뚜렷하게 개성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저는 상업 공간이라고 해도 지속성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어느 한 벽이나 천장 같은 것을 화려하게 꾸민다던지 아니면 멋진 전등을 사다 놓아서 공간 전체를 지배하게 만든다든지 이런 비주얼한 시각적인 즐거움 보다는 덩어리, 덩어리를 가지고 그 안에서 길을 만들고 그 덩어리 매스들의 관계성, 힘, 시각의 어떤 방향성, 동선 이런 것들을 아주 이성적으로 조합함으로 인해서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그것들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공간 자체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느껴지는 공간을 저한테는 중요한 디자인 방향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상업 공간의 재탄생! 한 번 만나볼까요?
패션 1번지, 명동! 흔들거리는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 잡는데요. 도심 속에서 숲을 만난 듯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모던함 속에서도 나무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아늑한 내부가 펼쳐집니다.
[장순각 교수 : "내부도 자연 속에 내가 들어와 있다하는 것들을 은유하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감싸는 느낌, 그리고 유기적인 곡선 그 자체가 내부 디자인을 지배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고요."]
아기자기한 공간을 거닐다 보면 자연의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데요. 놀랍게도 이곳은 한 은행의 휴게 공간입니다. 나뭇잎 모양의 소품과 원통형 의자, 그리고 곡선 모양의 계단,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디자인 속에 질서와 리듬이 흐르고 있습니다.
[김세진 / 광명시 철산동 : "밖에서 그냥 예뻐서 들어 왔는데요. 안에 들어와 보니 숲 같고요, 신기한 느낌이예요. 그리고 좀 편안하고 색달라요."]
새 둥지를 연상시키는 천장 디자인에도 눈길이 머무는데요. 천장에서 흘러내린 조명은 마치 자연의 빛이 만들어낸 듯 재미있는 그림자 장식을 선보입니다.
[장순각 교수 : "이런 것들이 어떤 폐기물을 남기면서 여기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미리 다 만들어 와서 조립을 한 공간 자체도 굉장히 자연 친화적인 그런 공간이 되겠습니다."]
[장순각 교수 : "이런 것들이 어떤 폐기물을 남기면서 여기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미리 다 만들어 와서 조립을 한 공간 자체도 굉장히 자연 친화적인 그런 공간이 되겠습니다."]
일반적인 은행 업무가 이루어지는 2층 역시, 기존의 딱딱하고 차가운 은행 이미지가 아닌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색감과 패턴으로 꾸며져 있는데요. 초록과 베이지톤의 조화가 깔끔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은행! 감성적인 공간 연출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앵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도 은행에 가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저곳은 굳이 은행업무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가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전엔 은행업무가 금융 거래 위주의 기능을 했다면 지금은 금융상품을 판다든지 상담을 통해서 은행 상품을 파는 판매 공간으로 기능이 바뀌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쪽만 해도 영업점이 2층에 개설 되어 있고요. 보통 은행은 1층에 있다라는 개념이 깨지고 영업점이 2층으로 가고 1층은 그 은행의 브랜드 가치나 그 은행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 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꼭 은행 업무를 보지 않더라도 그 은행의 이미지를, 브랜드를 느끼고 미래의 고객으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명동같이 혼잡한 거리에 쉼터를 제공하고 그 쉼터 안에 젊은 명동을 찾는 사람들이 와서 정보 검색도 하고 쉬었다 감으로써 미래에는 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겠다는, 공간 자체가 광고영역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숲과 같은 내부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벽 외관 디자인이 재미있는데요?
▶기업이 가지고 있던 자연 사랑적인 철학을 표현하기 위한 표현이었습니다. 7천 9백개의 백자를 구워서 밖에 부쳤습니다. 그 하나하나가 빛에 반응하고 또 그 안에 숨겨져 있는 LED패널을 통해서 명동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하고 서로 인터넥션 할 수 있는 그런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숲의 내부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앵커>
백자를 사용해서 외관을 디자인한 유명한 작업 공간이 또 있죠?
▶도곡동에 '두산 아트스퀘어' 라고 작년에 개관을 했는데요. 사실 도곡동이라는 지역 특성이 대치동하고 맞물려서 몇 만 세대 아파트군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트스퀘어를 기획할 때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는데 그 안에 예술이나 문화에 대한 공간이 없다 그래서 주택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고 작은 콘서트도 볼 수 있고, 문화 공간으로서의 사회적 공헌을 중요하게 생각한 컨셉이었습니다. 건물 자체도 도심속에서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작품이 되길 원했습니다. 외벽이 백자 덩어리가 된것이죠.
<앵커>
장교수님을 사로잡은 백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친화경적인 재료로서는 흙 만큼 좋은게 없죠. 흙은 구웠다가 다시 흙이 될 수도 있고 그런건데, 재활용 가능한 자재중에서 찾았고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그 기술이 많이 발전이 되었습니다. 굽는 기술이라든지 가마라든지, 그것을 대량 생산해서 건축 재료화 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든지, 형태가 굉장히 자유롭고. 또 하나는 일반 공장에서 생산된 타일하고는 그 백자를 구워서 가지고 있는 두께감이나 그 흙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하얀색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전에 받는 빛과 오후에 받는 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전 건물과 오후 건물이 같은 하얀색이지만 건물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앵커>
다음에 만나볼 공간도 궁금한데요. 또 어떤 흥미로운 자극을 경험하게 될지 화면 함께 보시죠.
이곳은 공간 안의 공간을 느낄 수 있는 산후 조리원. 호기심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구조를 보여주는데요. 열린 듯 가려진 공간은 입구에서부터 반가운 설렘을 선사합니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신생아실을 중심으로 세부 공간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동선으로 교류하고 있는데요.
[장순각 교수 : "공간 자체를 공간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여기서 보시면 이런 덩어리들이 방인데 방자체로 공간과 공간을 나누는 그리고 이 방의 덩어리 자체가 전체적인 디자인을 지배할 수 있는 그런 식의 설계 기법으로 디자인이 되어 있고요."]
마치 방들이 공중에 떠있는 듯 착각을 주는 벽면들은 계속해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내부 공간! 다채로운 디자인은 공간의 깊이와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 내는데요.
[이민영 / 경기도 용인시 : "집과 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가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고요. 그리고 아기나 산모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조명이나 이런 부분이 아주 좋은 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민영 / 경기도 용인시 : "집과 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가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고요. 그리고 아기나 산모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조명이나 이런 부분이 아주 좋은 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지루하지도 현란하지도 않는 따뜻한 감성 디자인! 산모와 아이, 그리고 가족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앵커>
내부의 색감이나 조형미도 뛰어났지만 '공간 속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낯설지만 재미있는 것 같은데요?
▶내부의 각 섹터들을 벽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덩어리 자체로 나눠주는 디자인 방법론입니다. 그러다 보면 볼륨감 자체가 느껴지면서 그 안에 길이 생기고 그 안에 작은 마을이 생기고, 그렇게 되서 어떻게 보면 실내 디자인을 하는 거지만 마을을 형성하는 듯한 느낌의 디자인 방법론 설계기법이 되겠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굉장히 의미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또 단순하지도 않으면서 평범하지도 않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너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데코레이션을 가지고 있으면 시각적으로는 현란할 수 있어도 금방 식상하게 되는 부분이 있고요, 사실 산후조리원 같은 경우는 상업공간이기는 하지만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의 기본적인 느낌도 있어야 하고 2주 동안 산모들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호텔적인 느낌, 자기 집처럼 편안해야 하고, 복합적인 느낌을 한 순간 한 순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각 섹터별로 나눠서 2주 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앵커>
앞서본 공간들이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얼마 전부터 한스타일이 또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교수님 작업 중에 한국적인 것에 영향을 받은 그런 작업 공간도 있다면 소개를 좀 해주시죠?
▶한국적인 스타일이라고 하면 건축가들이 가장 어려워 하기도 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것들을 푸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이 여러가지 방향으로 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모던의 공간 언어를 이용해서 한국의 공간 자체를 재해석하는 거죠. 모던이라는 공간의 언어를 한국것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해 봤습니다.
<앵커>
모던함 속에 우리 전통적인 멋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 같은데요. 먼저 화면부터 보고 자세한 말씀 나눠보죠.
모던하면서도 우리 한옥의 멋이 녹아있는 한정식 전문점! 시골 냇가의 디딤돌을 떠올리며 돌을 밟고 가다보면 방과 방이 연결되는 재미있는 구조를 보여주는데요.
[장순각 교수님 : "한옥이 갖고 있는 배치, 또 우리가 갖고 있는 마당 또 자연 이런 것들을 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옥의 방하고 방하고를 연결하는 약간의 매개공간이죠. 대청공간을 재해석해서 방과 방 사이에 자연을 넣고 또 방과 방 사이에 그 뒤에 보이는어떤 경이라고 하죠, 자연의 모습 이런 것들을 배치를 먼저 평면 배치를 먼저 해놓고 나머지 것들을 좀 더 현대적으로 풀이할 수 있는 한스타일 공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새롭게 시도된 그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우리 전통의 구조를 대청마루와 방 사이의 관계를 응용한 틔움의 구조로 확장시켰습니다.
[장연임 / 경기도 광주시 : "이곳은 음식도 정갈하고 맛있지만 공간이 운치가 있잖아요. 그리고 전통적이면서도 아주 세련된 멋이 있어요"]
방과 방의 소통, 방과 마루의 열림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시켰는데요. 막힘없이 연결된 구조는 각기 다른 벽과 면의 디자인을 보여주며 마치 골목길을 걷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장순각 교수님 : "요렇게 빙글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 같은 뷰가 하나도 없어요. 그건 제가 의도적으로 의도를 한 건데 어떻게 보면 길을 걷듯이 우리나라 골목을 걷듯이 골목을 걸을 때 이렇게 이렇게 새로운 뷰를 만나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디자인을 했습니다."]
전통적인 소재 대신 우리 한옥의 구조와 배치를 통해 새로운 한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앞에서 봤던 두 공간과는 또 다른 멋이 있네요. 은행이나 산후 조리원의 경우엔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곳은 무게감도 있구요, 직선의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은 어쨌든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처음에 들어 오자마자 이게 어떤 레스토랑인가를 고객들이 느끼게 되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직선의 강인함과 육중함 이런 것들을 사용 했고요, 레스토랑이라는 특성 자체가 공용 홀이 있고 연회홀이 있고 여러가지 목적에 따라 동선이 나뉘게 되기 때문에 그들이 겹치지 않도록 순환하는 길을 만들었어요. 자연스럽게 길을 따라 가게 되면 내가 목적한 곳에 갈 수 있도록 그런것이 특이한 방향이 되겠습니다.
<앵커>
상당히 깔끔하고 소재자체가 현대적인데도 불구하고 디딤돌이나 방의 배치, 천장 구조같은 구석구석에서 우리의 정서가 배어 있는 것 같아요?
▶물이라든지 자연이라든지 그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 산 바로 밑이예요. 산을 눈으로 느끼고 자연에서 물을 소리로 듣고 물을 촉감으로 만져보고, 오감을 자연으로 만족 시킬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물이라든지 자연이라든지 그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 산 바로 밑이예요. 산을 눈으로 느끼고 자연에서 물을 소리로 듣고 물을 촉감으로 만져보고, 오감을 자연으로 만족 시킬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파격적이면서도 그 공간의 성격과 조화를 잘 이룬, 상업 공간들을 살펴봤는데요.끝으로 상업 공간들의 디자인 방향이 어떤 식으로진행되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렸지만 공간 디자인은 유행에 따라 변화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공간 디자인을 해 놓으면 최소한 몇 년간은 기능도 해야 하고 또 그것을 만족하게 쓸 수 있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유행에 따라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또 오래, 올해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만들어 놓으면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깐, 저는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 그런 지속성은 스타일이나 이런 것에 반하지 않는 아주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언어적인 학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인테리어 앤 데코> 오늘은 한양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 장순각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SBS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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