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지으면 경제가 추락한다? '마천루의 저주'
<앵커>
바벨탑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란게 있습니다. 국가존망에 경제위기까지 저주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교만이 쓴 역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가 여기저기 진행되고 있지만은 시공부터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초 완공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입니다.
지상 162층, 높이 828미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초고층 마천루의 상징입니다.
[마수드/두바이 부동산 전문가 : 세계 최고층 건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입니다. 두바이 경제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 합니다.]
국내서도 '부르즈 칼리파'에 버금가는 '마천루 프로젝트'가 한창입니다.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예정지입니다. 롯데측이 처음 사업을 신청한 건 지난 1998년,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공조차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고도제한 문제를 두고 공군과 논란을 벌이다 지난해초 겨우 합의를 했지만, 이번엔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에서 건축승인을 보류한 겁니다. 이유는 부족한 승강기와 교통유발 부담금 문제.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잠실역 사거리의 혼잡을 덜기 위해 주변에 지하차도를 추가로 개설하기로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 890억원 가운데 절반을 롯데측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신용목/서울시 교통정책담당관 : (교통 혼잡) 원인을 제공하는 원인자 부담원칙에서 롯데월드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또 안전 규정상 적어도 101대의 승강기를 설치해야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종천/롯데물산 이사 : 16인승 이상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2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77대 가동계획 갖고 있기 때문에 법적요건은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사추진이 지지부진한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송도신도시에 들어설 151층 규모의 '인천타워'와 111층 '부산 월드비즈니스센터' 등 전국에 걸쳐 10여곳.
하지만 정작 제대로 공사가 시작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천문학적인 공사비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 (건설)일정이 늦어져서요. 2015년 완공예정입니다. 당초 원래 파이낸싱(투자)받아서 시작해야하는데 파이낸싱(투자) 작년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부산 센텀시티 'WBC' 건설 관계자 : 우리가 (용도)변경한 것이죠. 오피스텔은 (투자 수익)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원가만 1700만원에서 1800만원 들어가는데 그것(오피스텔) 해봐야 평당 700만원도 못받는 입장이라서 일부러 아파트로 바꿨습니다.]
다 지어진다해도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지도 의문입니다.
들인 돈 만큼 투자효과가 나지 않고 오히려 경기침체만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천루의 저주'는 지난 1999년 도이치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과거 100년간 사례를 분석한 것입니다.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 그 나라 경제가 추락한다는 가설.
실제로 지난 1930년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무렵 세계 대공황이 진행됐고, 1970년대들어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완공되자 오일쇼크에 따른 경제난이 전세계를 덮쳤습니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직전인 지난해 말에는 두바이에도 금융 위기 한파가 몰아닥쳤습니다.
장밋빛 기대속에 빚을 내 각종 대규모 공사를 벌였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두바이 전체 공실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엉망진창이 돼 버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마천루의 저주'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복남/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 틈새시장 노리고 누가 선점하느냐. 그 시장이거 든요. 아무래도 이제 투자자들이 과연 희소가치를 잃어버렸을 때 100층이라는 랜드마크성이 없어질 때 계속 투자를 할 것이냐, 전 그렇게 안 보거든요.]
높고 거대한만큼 실패도 클 수 있다는 '마천루의 저주'.
너도나도 초고층 '랜드마크'만을 꿈꾸는 이들에게 울리는 경종에 귀를 기울여야한다는 지적입니다.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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