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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SBS Biz 권순욱 기자
입력2010.02.03 17:03
수정2010.02.03 18:35

앵커>도대체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이 어떻게 해서 빠져나간겁니까?

권순욱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6년 동안 외국계 협력업체를 통해서 경쟁사 하이닉스반도체로 유출됐는데, 외국 경쟁사로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외국계 협력업체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스라는 회사인데, 세계 1위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인데요, 곽씨는 어플라이드머트리얼스 직원들과 함께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작공정 등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려서 이 중 13건을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유출된 기술 부분은 구리공정 관련 기술인데 현재는 반도체 칩의 금속배선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지만, 반도체가 작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저항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기에 저항이 낮은 구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구리 공정에 관한 기술이 유출이 됐는데 현재는 이 기술을 미국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고, 현재 국내업체들이 국산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밀 파일 통째로 복사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스 직원들이 반도체 장비를 판매한 후 A/S 등을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비밀 문서를 안주머니에 숨긴채 보안 검색대를 피해 가지고 나오는 방법으로 기술을 유출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친분이 있는 직원에게 기술에 대한 내용을 물어보거나, 해외출장을 함께 나갈 때 컴퓨터에 저장된 영업비밀 파일을 통째로 복사해 받기도 했는데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경쟁사에는 보안을 철저히 하지만, 친분이 있는 협력업체와는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술을 알려줄 수밖에 없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2> 쉽게 말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보를 빼내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현재 하이닉스 입장은 어떻습니까?

권순욱 기자> 하이닉스,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대기업 인수 가능성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GS와 한화가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 정보유출 오명까지 쓰게 됐는데요, 검찰이 이번 사건 혐의로 하이닉스 전무급 제조본부장인 한 모씨를 구속기소하자 하이닉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 관련 하이닉스는 삼성의 기술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하이닉스 측은 일부 직원들이 비공식 학습조직의 정보수집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검찰이, 유출됐다고 지적한 구리 공정도 이미 자체 개발을 마쳤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제로 반도체 설계 직원들은 연구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모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도 그런 학습 모임에서 발생한 일이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여기에 기술유출의 다리 역할을 한 외국계 장비업체가 수집한 정보 중에는 하이닉스의 정보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결과가 진실에 얼마나 부합할 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재 구속된 한씨가 기술유출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나면 하이닉스는 상당히 큰 악재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3> 삼성전자의 피해가 상당히 클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국부가 유출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권순욱 기자> 말씀드린대로 유출된 기술은 모두 95건으로 이 중 40건은 합법적으로 기술을 이전할 때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가핵심기술’입니다.

이번 기술 유출이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삼성에서 최근 발표한 30나노급 D램 반도체 개발과정 등 핵심기술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검찰은 이번 기술유출로 삼성전자가 입은 직접적 피해는 수천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후발주자와 기술 격차가 줄면서 발생한 간접적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자료가 경쟁사에 유출됐을 경우 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앞으로 3년 동안 6천억 원 상당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추산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외국까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인데요, 검찰은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 본사가 미국에 있고, 다른 외국 경쟁사를 수사할 방법이 없어서 아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양쪽 다 협력업체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하이닉스의 정보까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데, 국내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됐을 경우에는 국가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경우인데요, 국부가 빠져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런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4> 과거에도 이런 사례들은 많았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권순욱 기자> 일반적으로 승진이나 현금 같은 유혹에 빠져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기술 유출에 따른 금전적 대가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자세한 건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는 하이닉스에 반도체 핵심기술을 넘겨주고, 이 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사의 장비구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 장비 관련 삼성전자가 신기술을 개발하면 협력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사가 새 장비를 만드는데, 이 장비를 하이닉스, 즉 양쪽 다 팔기 위해 삼성전자의 기술을 빼내 넘겼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장비 가격은 최소 500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넘는데, 삼성전자 같은 곳이 경쟁사는 철저하지만 협력사와는 정보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이 상대적으로 허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기술 유출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인데요. 사실 그 동안 산업계에서기술유출 사건은 끊임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도체였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휴대전화 관련 기술 유출도 계속해서 있어왔는데요,

<과거 기술 유출 사례>

- 2005, 2006년 삼성 스마트폰 관련 기술

- 2009년 풀 터치스크린 기술

- 쌍용차 첨단기술

- 2006, 2008년 선박제조 기술

-2005년 스마트폰 관련 기술

을 빼돌린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대거 적발됐었고, 지난해 9월에는 풀 터치스크린 기술이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IT업종뿐만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사건이 있죠.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최대 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을 빼돌린 적이 있고, 대우차 라세티의 설계도면과 기술이 러시아로 넘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또 반도체 업종과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내 조선업계에서의 기밀 유출도 종종 나타나고 있는데, 극비로 분류된 기술을 대가도 없이 친분 관계로 넘겨주고 하는 등의 행위는 정말 자제해야 하겠습니다.

 

(SBS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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